KAIST 산업디자인과에서 감각적인 조형물과 세련된 모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모형을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을 주로 하는 여느 디자인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쿠키디아이와이(Cookies DIY)
원하는 모양대로 과자를 구울 수 있는 오븐.
어린이 창의력 학습을 위해 제작됐다. 중국 칭화대 제안.
“제품을 포장하기 위해 좀더 멋진 모양을 고안하는 일도 가치가 있지만 좋은 디자인을 좀더 과학적으로 편리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KAIST 산업디자인과 출신이자 현직 교수로 재직 중인 남택진 교수의 말이다. 남 교수 연구팀은 현재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모션캡쳐,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디자인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소형 디스플레이 장치를 얼굴에 부착하고 손에 쥔 장치를 움직이며 가상공간에서 마음껏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색다른 개념이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른 디자이너들과 가상공간에서 만나 마치 현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처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 촉감기술인 햅틱스를 적용하면 더욱 현실감을 줄 수 있다.
이런 연구는 최근 디자인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남 교수는 디자인의 키워드를 ‘인터랙션(상호작용)’과 ‘협동’이라고 설명한다. “디자인 단계에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참여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디자인 작업에 참여시키는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남 교수팀의 연구는 디자인학회보다도 정보통신응용기술국제학회(ICAT)와 컴퓨터인간인터페이스학회(CHI) 등 타 분야 학회를 통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이들의 연구 주제다. 2003년 남 교수 연구팀은 삼성전자, 중국 칭화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독특한 국제산학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공동연구팀은 한국과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존 전자제품의 불편한 점과 있었으면 하는 점을 조사해 분석했다. 또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한국과 중국 소비자들이 요구한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내놨다.
이처럼 과학기술을 디자인에 접목하고 있는 대학은 KAIST와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중국 칭화대 등 전세계적으로 8개 정도에 불과하다.
컴퓨터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다
워샤(Washa)
KAIST 산업디자인과가 제안한 돕는 주방기기.
한국인의 식습관을 염두한 듯 접시는 물론 밥그릇, 병까지 편리하게 씻어 낼수 있게 설계됐다.
“그 친구, 머리가 컴퓨터야!”
복잡한 계산을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해치우는 사람은 흔히 ‘컴퓨터’에 비유된다. ‘계산 속도’에서 이미 인간은 컴퓨터의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자존심은 여전하다. 적어도 ‘창조하는’ 능력에서는 컴퓨터가 세 살짜리 아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이탈리아 밀란 폴리테크닉대 건축학과 셀레스티노 소두 교수는 컴퓨터에게 집설계를 맡겨버렸다.
그가 이런 ‘직무유기’를 감행한 것은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컴퓨터가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 그는 건축뿐 아니라 산업디자인에도 컴퓨터를 끌어들였다. 그가 만든 ‘아르제니아’란 진화 알고리즘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면서 쏟아내는 각종 램프의 모양을 보면 그의 시도가 무모하지만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소두 교수는 “지난 세기는 똑같은 디자인을 대량생산하던 산업시대였다”며 “아르제니아가 내놓는 다양한 디자인은 수제품처럼 독특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지개 켜는 한국 디자인
삼성과 LG가 만드는 이동전화와 에어컨 등 가전·전자제품은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한국기업들이 디자인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의 피터 젝 차기 회장
한국 디자인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디자인 산업의 발전을
열망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모두 디자인에 우선을 두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은 세계 디자인 산업의 떠오르는 별이 될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디자인 네트워크 사무국장 Y. 키다
감정표현형 가전제품
전면에 표시된 표정을 보고 제품의 상태를 알 수 있다. 화를 내는 냉장고를 달래 살아갈지도 모를 미래를 예견하는 아이디어. KAIST가 제안했다.
세계 3대 산업 디자인상
독일 iF 디자인상
독일 국제디자인포럼이 수여하는 iF 디자인상은 지난 1953년 처음 제정됐으며 품질, 소재, 적합성, 혁신성, 편리성이 우수한 소비자 가전과 사무용품을 매년 선정하고 있다.
수상작은 매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정보통신가전 전시회인 ‘세빗’(CeBIT)에 전시된다.
미국 IDEA 산업디자인상
IDEA 디자인상은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와 ‘비즈니스위크지’가 공동주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디자인상으로 소비재ㆍ자동차ㆍ환경ㆍ그래픽ㆍ디자인 컨셉 등 9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이 공모전에는 평균 1500여 제품이 출품되며 그 중 100여개 제품이 디자인 우수제품으로 선정된다.
일본 G-Works 굿디자인상
일본 산업디자인진흥회가 매년 3개월간 디자인과 균형, 조화미,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시상하는 일본 최고의 디자인상. 지난 1957년 일본 통산성이 제정한 이 상을 받으면 디자인이나 제품의 우수성을 공식 인증하는 일본의 ‘G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산업디자인진흥회는 196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디자인 유출을 막아라
디자인이 제품과 기업을 대표하는 하나의 경쟁력이 되면서 모방, 속칭 ‘베끼기’도 성행하고 있다. 자연히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05’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핵심전략제품을 전시장에 선보이지 않았던 것. 이미 완성된 디스플레이제품과 이동통신기기를 행사장에 내놓지 않았다. 출시 예정 제품을 모두 쏟아냈던 몇 년 전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대신 행사장 인근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주요 거래처와 바이어를 불러 비밀 전시회를 열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현재 개발중인 전략제품을 전시장에 내놓을 경우 핵심기술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국 등 후발국가 기업들의 모방이 만만치 않아 되도록 공개 한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은 실제 공개적인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국제 공모전에 혁신적 디자인이나 기능을 갖춘 모델의 출품을 자제하는 등 첨단 디자인에 대한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규모 정보통신 전시회인 ‘세빗’과 연계된 독일 ‘iF 디자인상 공모전’에도 신제품 출품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상도 좋지만 기업경쟁력 보호가 더 우선’이라는 전략 때문이다.
최근 국내 유일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 역시 연구소에 관한 모든 취재를 거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디자인이 기술을 리드한다
1. 디자인으로 기업이 산다
2. 디자인의 진화심리학
3. 디자인이 매뉴얼
4. 디자인은 배려다
5. 디자인은 대화다
6. 패션디자인 멋보다 기능
7. 디자인 테크놀로지
8. 디자인이란?
9. 의자로 본 디자인 변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