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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리듬 by 다

jeongeun 2010. 10. 17. 22:22

무지 리듬

온라인 쇼핑이 활발해지면서 유통업계도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강화된 서비스란 소비자가 구매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예를 들면, 보기 좋은 디자인은 기본,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기분이 들게 하거나, 세세한 부분의 이미지 혹은 사용법을 담은 동영상을 제공해 제품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 등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이제 일차원적인 방법이 됐다.


무지 리듬 사이트 © MUJI

최근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보다 지능적인 온라인 마케팅 방법이 적용된 웹사이트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브랜드 전략과 오프라인 매장 마케팅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무지(Muji)의 '무지 리듬(Muji Rythm)' 웹사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클릭의 압박과 노동에서 소비자를 해방하고, 즐거움과 상쾌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즉 쇼핑은 노동이 아니라 기분 전환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 이것이 일본의 생활잡화 브랜드 무지가 새롭게 정립한 온라인 마케팅 정석이다.

무지는 디자인스튜디오 다(tha ltd.)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무지 리듬 캠페인을 웹사이트와 텔레비전 광고에 추가했다. 무지 웹사이트는 무지 리듬과 플레이 무지(Play Muji) 버전을 제공하고 있는데, 플레이 무지가 제품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속편인 무지 리듬은 동영상과 클로즈업 이미지를 이용해 제품 정보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전달한다. 두 버전의 공통점은 제품의 카테고리를 없애고 첫 페이지에 모든 제품을 노출시킨다는 것, 그리드 정렬 방식으로 디자인됐다는 것, 무엇보다 동영상 혹은 클로즈업 사진을 보기 위해 별도로 클릭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배경에 깔린 단순하고 리드미컬한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겠다.


무지 리듬 사이트 © MUJI

무지 리듬은 수많은 제품 군을 다루면서도 제품 카테고리를 과감하게 없앴다. 메뉴 바 없이 첫 페이지에 모든 제품을 랜덤 혹은 리스트 정렬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는 매장에서 모든 제품을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것에 견줄 수 있겠다. 정렬 방식은 방문자의 취향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단에 버튼을 별도로 두었다. 제품들은 바둑판 형식의 그리드 시스템으로 정렬돼 있지만 배경 사운드에 맞춰 각각의 제품 이미지가 전체 화면으로 전환되거나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배경사운드는 휘파람, 박수, 시계태엽 등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리드미컬한 멜로디다. 기본적으로 전 화면은 위 방향으로 흐르지만 그 흐름 안에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다. 이는 자연의 기본 구조와 리듬을 연상시킨다. 행과 행, 열과 열이 뒤바뀐다거나 혹은 무작위로 특정 부분이나 제품을 선정해 클로즈업 화면으로 자동으로 넘어간다. 물론 방문자가 원하는 제품을 클릭할 수도 있다.


무지 리듬 사이트 © MUJI

그리드 시스템은 사실 정돈된 느낌을 주는 데는 제격이지만 자칫 단조롭고 평면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무지는 고유의 리듬으로 2차원 평면을 역동적이고 입체적으로 되살린다. 다시 말해, 상하좌우의 움직임에 앞, 뒤, 대각선, 회전 동작을 추가해 입체적인 특성을 강화했다. 제품의 클로즈업 이미지 역시 리듬 규칙에 따라 앞, 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데, 이는 호러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편집 기법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안성맞춤이다. 가구나 옷처럼 사용법이나 세팅된 모습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그 외의 소품들은 내, 외부 등을 보여주며 다양한 각도로 움직인다. 특히 소비자가 직접 입어보거나 만져볼 수 없는 옷의 경우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착용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옷의 질감과 디자인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의 정보도 최소한으로 제공하는데, 우선 전체 화면에는 무지 브랜드 이외에 어떠한 텍스트도 없다. 제품 클로즈업 화면 왼쪽에만 설명과 가격을 간단하게 명시한다. 그러나 '무지'라는 브랜드 명은 어떤 화면에서도 빼놓지 않고 노출해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결과적으로 무지는 무지 리듬을 통해 브랜드의 단순미와 깔끔한 인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역동성이 살아 있는 사이트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방문자가 클릭 한 번 하지 않고도 전 제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은 온라인 마케팅의 혁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www.muji.com/rhythm
www.muji.com/playm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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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의 작업을 볼 수 있는 블로그 © tha ltd.

일본 동경에 위치한 다(tha ltd.)는 2004년 세계적인 인터랙티브 디자이너 유고 나카무라(Yugo Nakamura)가 설립한 웹디자인 스튜디오로,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등 8명으로 구성돼있다. 무지 리듬과 플레이 무지 이전에 이미 유니클로의 유니클락과 그리드에서 독창적인 리듬, 컬러,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웹 디자인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2007년에 발표한 디자인 이미지 아카이브 파운드닷컴(ffffound.com)은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웹 디자인 50’에 들기도 했다. 현재까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이다(iida), 유니클로, 무지 등 클라이언트 리스트만 살펴봐도 일본에서 다의 위치와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의 이러한 탄탄한 기술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설립자 유고 나카무라의 철학과 프로그래밍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고 나카무라는 동경대에서 건축과 공학을 전공하고, 교량설계사로 일하다 웹 프로그래머로 전향했다. 공학과 예술적 사고가 결합된 인터랙티브 디자인으로 런던 국제광고제 그랑프리, 칸 국제 광고제 금상과 은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전세계에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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