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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국 화장품 SWOT 분석…기초화장품 기술 좋지만 색조 약하고 인지도 낮아

jeongeun 2016. 4. 25. 21:37

중저가시장서 중국 업체 맹추격이 가장 큰 위협








“기초화장품 기술력이 탁월하다. 또 신제품을 생산하는 속도는 세계 어느 브랜드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화장품 포장 등 패키징(packaging)도 뛰어나고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도 탄탄하다. 그러나 색조 화장품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와 증권가 담당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 9인에게 물어본 결과, 국내 화장품 산업의 강·약점을 요약하면 이렇다. 


화장품 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 주식 좀 한다는 투자가치고 화장품 주식을 담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다. 


화장품 산업 성장세는 각종 수치에서 잘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은 8조9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다. 화장품 무역수지도 지난해 7억5250만달러 흑자를 냈다. 


그러나 잘나간다 싶을 때 거울 속 민낯을 제대로 봐야 한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SWOT)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화장품 산업 SWOT 분석 설문에 응한 전문가 대부분은 한국 화장품의 강점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많다”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다.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제품화하는 게 가장 큰 무기라는 설명이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비크림, 씨씨크림, 에어쿠션, 달팽이크림, 한방크림 등은 전에 볼 수 없던 제품으로 한국 화장품의 창의성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와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참신한 제품 개발 능력이 한류와 맞물려 화장품 산업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입을 모았다. 


제품 기술력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이주형 한국콜마 상무, 박성우 에이블씨엔씨 홍보팀장 등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자평했다. 이달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나 함승희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등 외부 분석가도 “품질은 미국, 유럽, 일본 등 화장품 강국 반열에 올라온 반면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기업은 유통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ODM 업체는 생산과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구조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약점으로 언급한 대목이 적지 않다. 가장 심각한 한계는 브랜드 인지도다. 9명의 전문가 중 8명이 이를 꼬집었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 화장품 붐이 일고 있는 것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 화장품 기업은 아직 변방의 플레이어에 불과하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한국이 뷰티와 패션을 선도하는 국가 이미지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며 “브랜드 이미지는 단기간 높이기 어려운 만큼 투자를 늘리고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색조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국내 화장품 기술이 기초화장품에만 몰려 있다는 것이다. 향수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도 기술력의 한계다. 글로벌 톱 브랜드로 가기 위해선 색조나 향 배합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밖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몇몇 대기업만 과실을 누리고, 채널이 면세점으로 한정돼 있는 등 뚜렷한 마케팅 채널이 없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주형 상무는 “화장품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자칫 기술력 없이 마케팅만으로 승부를 걸다가 전반적인 품질 하락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기회 요인은 단연 중국 화장품시장의 성장세다. 한류 열풍과 함께 국내 화장품의 중국 공략이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의견을 함께했다. 현재 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대체로 향후 3년 정도는 별 탈 없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3억명 인구 중 화장품을 사용하는 인구는 10%가 채 안 되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며 “중국이 화장품 품목에 대한 관세를 5%에서 2%로 낮춘다는 점도 호재”라고 평가했다. 


“중국 화장품시장이 성장한다고 국내 업체들이 쉽게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 변화에 맞춰 적절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지금 성장세는 한류 바람 덕을 톡톡히 봤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언젠가 한류가 사그러들 수 있다고 봤을 때 품질과 브랜드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고은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전문가 “중국서 성장세 낙관” 


“브랜드·패키지 경쟁력 뛰어나” 


남성 화장품시장 전망은 ‘흐림’ 


중국은 기회면서 동시에 위협이다. 중국 내 기업이 쫓아오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이 국내 기업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미 저가 제품에서는 중국 회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중국인들이 프리미엄급으로 인식하는 브랜드로 키우지 못하면, 자칫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현지 기업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쫓아왔다고 판단한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중국 화장품 업체들의 기술 수준은 아직 한국 업체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한국 ODM 업체들에 제품 생산을 아웃소싱하면서 기술력 차이를 극복하고 있다. 특히 위생허가 등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정책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형 상무도 “대형 중국 업체들이 해외 화장품 업체 연구원을 스카우트해 기술격차를 줄여가고 있다”며 “중저가시장에선 이미 국내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라며 경계감을 표시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 역시 “기술 수준이 제조사별로 달라 콕 집어 말할 수 없으나 글로벌 제조사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며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 성장세가 지나치게 중국에만 의존한다는 의견 또한 만만찮다. 


전문가들에게 제2의 중국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물었더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꼽았다. 북미나 유럽 시장에선 인지도가 낮아 승부가 쉽지 않지만, 한류 붐이 있는 동남아에선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동남아를 제외하면 브라질 등 남미와 중동 지역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아시아인들은 한국 연예인들처럼 예뻐지는 것과 투명한 피부를 원한다. 소득수준이 올라오면 한국 연예인이 광고하는 화장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손효주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 대해선 정체론이 대세다. 인구 감소 여파가 화장품 시장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안티에이징 부문은 성장세가 뚜렷하리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고은지 연구위원은 “고령화에 따라 안티에이징 제품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화장 인구 연령대도 높아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화장하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 화장품이 성장할 것이냐는 데는 대부분 의문부호를 붙였다. 이미 한국 남성의 화장품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손성민 연구원은 “한국의 남성 화장품시장은 이미 세계 1위”라며 “남성 화장품이 한국 화장품 전체 시장을 견인할 만큼 파괴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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