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 유학은 더 이상 고 부가가치의 상품이 아니다.
정신은 스스로 믿고, 의지는 스스로 사랑한다
-파스칼
이 책의 목적이 미국의 이데올로기와 건축 유학의 패권주의를 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학이 학벌 세척을 위해서 떠난다거나, 또는 유학(留學)이 '유학(遊學)'이라는 등등 수많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비판하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유학의 필요여부나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유학을 마음속에 품기이전에 냉정하고 진지하게 유학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철저하면 그 결과도 좋을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유학의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고민하고, 건축에 뜨거운 정열이 있어야만 유학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가 있을 것이며, 많은 것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유학은 더 이상 당신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절대 수단'도 아니며 고 부가 가치의 상품도 아닌 것이다.
벌써 5년여 전이 되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설계사무실을 다니면서 나는 유학의 꿈을 품기 시작하여 우여 곡절 끝에 3년만에 미국땅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하였다. 옛시간을 더듬어 올라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유학에 대한 낭만도 아니며, 추억거리를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니다. 정보싸움면에서 유학준비과정과 유학생활을 미리 알고 오는 것이 유학 준비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그 첫째 이유이며, 둘째는 유학의 대한 실질적인 면을 보여주고 유학의 실상과 허상을 깨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는 평범한(?) 한 유학생이 체험한 미국 건축유학과 건축에 관한 고민거리가 유학하고 있는 건축인이 갖고 있는 한 단면을 읽을수가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왜 건축유학은 더 이상 고부가 가치의 상품이 아닌가? 첫쨰, 이 문제는 전적으로 한 개인의 문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학의 문제성과 경제성 그리고 필요성 등을 생각해 볼 때에, 유학의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은 먼저 유학이라는 것을 과대 평가 하고 있거나, 진정한 유학의 의도를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제 유학은 마치 한국의 모 대학원에 간다는 것쯤으로 인식되어져야 한다. 다시말해, 한국의 대학원 등록금과 생활비등을 비교해 볼 적에, 한국보다도 더 저렴하게 유학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하고 논할 성질이 못된다. 그렇다고 프로의 세계에서 유학이 국내에서 공부한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고는 보장을 할 수 없기에, 쉽사리 판단을 할 수 없다.
둘째는 유학이 가치 있는 상품이라 하면, 정치적인 역학구조 내에서 한정된 고가 상품이라고 믿고 싶다. 학벌, 연줄, 파벌, 온갖 잡다하고 지저분한 정치적인 역학구조가 유학을 하나의 값비싼 상품으로 만들어 놓았을 게다. 이런 후진국적 사회구조가 이제는 바뀌어지고 있고, 바뀌어져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유학이 고부가 상품이 되지 못하고 개인의 실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그것이 투명하고 선진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셋째로, 건축 석사 과정은(Master of Architecture) 한국에 없는 학문을 개척하는 과정은 아니다. 박사과정이야 워낙 세분화되고 한국에서 미개척된 분야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유학을 떠날 명분이 있을 수 있지만, 건축 석사과정은 스튜디오 수업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수업 방식 또한 한국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별반 다를바가 없다. 영어가 조금 늘고 미국 문화와 생활에서 얻는 사고 방식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 그리 큰 상품의 효과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한국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고 미국에서만이 배울 수 있는 분야를 한 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서 결정해보자.
넷째로, 교수진과 학교시설의 비교다. 학교시설은 한국보다 다소 좋은 것이 사실이다. 건축과 단독 건물하나 제대로 없는 대학이 대부분인 한국 사정을 보면 미국의 교육환경은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있다. 학과 기자재나 강의실, 컴퓨터 시설, 전시시설, 등등 일일이 나열해서 비교를 할 수도 없지만 어찌되었든 교육환경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수진에서는 의문이다. 설계교수들의 자질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비교를 할 수가 없지만 한국과 그리 큰 차이는 없지 않나 싶다. 미국교수라고 다 똑똑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가진 대부분의 한국 교수진들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석사 학위 가끔은 학사 출신 교수들도 볼 수가 있다. 프로페셔널 학위과정인 만큼 아카데믹한 박사학위 교수보다 프로 교수들이 학교에 많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며, 한국과 크게 다른 면이기도 하다.
유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 마치 3년의 수도 생활이 평생을 보장해 주는 시대는 옛 이야기가 되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리고 일하면서 그리 많지 않은 유학생들을 만나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되기에 몇몇은 한국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 보다 훨씬 못 미치는 사람도 있었고, 소수는 마치 유학하고 한국을 돌아가면 남들보다 다르게 대접받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보았으며, 또 학벌 세척이나 학위 목적용으로 온 사람들도 보았다. 실력 없는 사람이 학벌이나 출신을 불문하고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진리인 것이다. 유학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문제에서도 그렇듯이, 실력이 중요한 것이지, 학위와 출신이라는 피상적인 결과가 중요시되어 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공부하건 또 유학을 떠나건 간에 진정한 실력이 평가되어야 하는 사회가 바람직 하며, 학벌이나 특정 출신 학교가 대접받는 사회라면 미래와 희망이 없는 사회일 것이다.
유학은 이제 한 개인의 문제다. 더 이상 유학을 특별하게 생각해서도 안되며 단순하게 말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어찌 보면 시대가 그만큼 변했다는 것이기도 하겠다. 작금의 시기에는 다른 어떠한 이유에서보다 자기만족의 동기부여로 유학을 결심하는 경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학의 피상적인 결과보다 과정으로 인한 진정한 실력을 심판 할 수 있는 사회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어떻게 보냈느냐 가 득(得)이 될 수도 있고 실(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러면, 유학에서 진정으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또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얻는다면 얼마나 얻을 것인가? 과연, 절실할 정도로 당신은 유학을 꿈꾸는가? 건축이 먼저인가? 유학이 먼저인가? 유학은 마치 게임과 같다.
2. 유학을 준비하는 것보다 결심하기가 더 어렵다.
전체를 알지 못하고 부분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부분을 상세히 말지 못하고 전체를 아는 것도 불가능하다
- 파 스 칼
유학, 막연한 뜬구름처럼 생각되는 것을 직접 실행에 옮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보통 사람으로서는 인생에 있어서 결심해야 할 가장 큰 문제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천만 다행이다. 덧붙여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참으로 어렵고 긴 시간의 싸움이 아닐 수 없다. 서울 포럼 웹 진에도 글을 올렸지만, 한번 유학이라는 것을 마음에 품으면 그 이후의 시간이 참으로 고민과 방황의 시간으로 바뀐다. 직장 생활을 해도 대학원 생활을 해도 항상 마음 한구석엔 현실에 대한 불만과 유학을 동경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볼 수 있다. 현실에 대한 위안으로 다른 사람들과 유학을 얘기하면서 자기 자신을 달래기도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유학을 못 갈망정 어학 연수라도 아니, 건축 여행이라도 한번 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게 되는 것이 예사다. 어쩌면 그것이 더 바람직할 지도 모른다. 가고자 하는 대학의 도시로 어학 연수 6개월 정도(관광 비자로 출국하면 미국에서 6개월을 체류할 수 있다.)를 하면서, 학교도 구경하고 교수도 만나 보고, 또 그곳의 건축과 유학생이나 주변 사람들을 만나 보면서 실제 그곳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고 경험한다면 유학이라는 허(虛)와 실(失)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결심이 확고하게 서야 바로 준비 단계로 들어갈 수 가 있다.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은 중도에서 쉽게 포기를 하고 마는 경우가 흔하다. 결심하기 전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원 등록금과 서울에서의 생활비 등을 비교했을 때 미국의 주립 대학과 그리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 대학도 있으므로(등록금 비교 참조) 결심이 선다면 충분히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먼저 총 경비를 생각하고 유학 후 사정이나 기타 개인적인 문제를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앞서 결심할 수 가 없다. 유학 후 취직 문제, 결혼 문제, 아이 문제 등등 수많은 걱정거리가 머리 속에 가득 차게 되지만 과감한 용기와 대담함으로 승부를 걸기 바란다.
나 또한 이런 문제들로 많은 고민을 해 왔었다. 나는 직장 생활 2년여 동안 저축한 돈으로 어학 연수를 떠났는데, 처음엔 호주로 갈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 당시에는 유학이라는 것이 막연하게 가고 싶다고만 생각이 들었지, 실제로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이런 분들이 많으리라 보는데, 경제적 여건도 문제이지만 영어에 대한 준비도 부족해서 어학 연수를 생각하게 된다. 유학 준비의 시작 단계라 할 수 있겠다.
왜 호주인가? 호주는 학생 비자로 20시간을 공식으로 일 할 수가 있고, 또 어학 연수를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친구의 경험을 지켜본바 그곳으로 결정을 하고 준비를 했었다. 시드니 대학과 뉴 사우쓰 웨일즈 대학에서 원서도 받기도 하고, 교보 빌딩에 있는 호주 대사관에서 상담도 하였었다. 그때 계획으로는 어학 연수를 다녀와 대학원에 복학해서 공부를 마치고 그 후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떠나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안되면 못 간다는 생각도 했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무모하고 아무 계획 없이 그저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만약, 내 주위에 유학 간 선배나 친구가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할 수 없이 나는 서울 종로의 한 유학 원을 두드리게 되었다.
결국 호주대신에 유학원을 통해서 미국땅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당시 나의 신조는 이러했다. '일단 일은 저지르면 어떠한 경우가 생기건 간에 가능하다' 라는 참으로 무모하기도 하고 대담하기도 한 생각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집에서 떠민것도 아니었다. 앞 뒤 재고 오만 잡다한 것까지 생각하면 어떠한 일도 할 수가 없다. 젊을수록 과감성과 진취적인 용기가 충만하며 나이가 들수록(별로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하나 둘 사그러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결심 그 자체가 어려울땐 과감한 결단으로 헤쳐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감 없는 유학 준비란 모래위에 성(成)쌓기와 다름 없다.
3. 하버드에 어학 연수라도 갈까?
정열은 아름다운 것이며 젊은이들에게 잘 어울린다.
-헤르만 헷세
유학을 혼자서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어디서,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가 유학의 승패를 떠나 또 다른 인생의 중요한 결실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가장 효과적으로 단 시일 내에 준비를 할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서울에서 준비하는 것과 미국 현지에서 준비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하면서 공부를 한다면, 무엇이 유리하고 불편한 점들은 없을까?
나는 한국에서 유학 준비를 해보진 않았지만, 가까운 지인(知人)이나 친구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유학 전문 학원에서 준비를 하게 된다. 고시 공부하는 것처럼,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같이 준비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 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학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가 있고, 영어 시험의 전략이나 과거 유학생들의 자료 그리고 다양한 학교 정보를 많이 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학 준비는 정보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컴퓨터실까지 갖추고 있는 학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원서 작성에서부터 대학들의 정보 검색까지 다양하게 활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파일로 만들어 놓으면 입학 지원 할 때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 사회는 미국보다 더 경쟁적이다. 우리는 그 힘든 대학 입시 경쟁을 이겨냈기 때문에 토플이나 GRE 시험 또한 잘 치르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험만을 위한다면 미국보다 한국이 유리 할 수도 있다. 주위에 유학 준비하는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면 서로 경쟁도 되면서 위안이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능률적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저 막막하게 공부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미국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유학에 대한 많은 기대도 있을 것이며 동시에 초조하고 불안하며 답답할 것이다.
미국과 비교해 보건대, 한국에 있으면 공부 외에 빼앗기는 시간들이 많다. 결혼을 했으면 집안 일에 아무래도 적지 않은 시간들을 할애해야 하고, 이성 친구나 친구도 가끔 만나야 되며, 매일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사회문제에도 신경이 쓰이게 된다. 부모나 친구들의 많은 관심이 오히려 부담감으로 작용해 많은 스트레스를 갖게 되고, 또 한국 건축 계의 분위기라든지, IMF와 같은 경제적 상황 등의 사회적 제반 현상들도 알게 모르게 유학 준비하는데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자신의 주변 여건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컨트롤해 나가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현지에서 준비를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어학 연수를 떠나 는 것이다. 어학 연수의 목적이 언어의 커뮤니케이션을 주(主)로 할 수도 있고, 동시에 영어 시험 준비까지 생각하고 떠날 수 있다. 만약 유학 준비를 위해 가는 것이라면, 떠나기 전에 세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 어디로 갈 것이며, 가고자 하는 어학원에서 토플이나 GRE수업을 하는가? 그리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이다. 명심할 것은 어학원만 꾸준히 다닌다고 해서 토플이나 GRE성적이 절로 올라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학원 수업 외에 따로 자신이 시험 준비를 해야 하고 만약에 학원 과제가 많을 경우에는 GRE나 토플 시험에 공부할 시간이 없게 된다. 이러면 두 마리 쫓으려다 아무 것도 못 잡게 되는 경우가 온다.
그래도 굳이 미국에서 유학 준비를 원한다면, 한국에서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쌓은 후에 오라고 권하고 싶다. 최소한 토플 530점 정도는 되어야 시간적인 면이나 경제적으로 많이 절약할 수 가 있다. 미국을 가면 영어의 모든 것이 해결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 나는 무턱대고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 시험만 준비하는데 2년이나 3년까지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었다. 미국에서의 유학 준비는 다소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나도 '미국으로 가면 영어가 저절로 되겠지' 하고 어학 연수 겸 유학 생각을 하며 떠났었다. 나는 미국의 텍사스주 어스틴(Austin)으로 어학 연수를 갔는데, 그곳으로 간 이유는 직접 텍사스 주립 대학(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이하 UT Austin)을 보고, 느끼고 또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또 그곳에서 어학 연수를 하면 마치 UT Austin에 들어갈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영어 시험의 벽을 넘기란 4개월의 집중적인 공부 기간이 요구되었었다. 충고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대학의 부설 어학원에서 공부를 하면 그 학교를 들어가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입학 기준에 자격이 미달되면 아무런 혜택이나 이점(利點)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설령 입학하였더라도,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다시 영어 수업을 듣게 하는 경우를 보았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영어에 친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이다. 토플이나 GRE 시험도 한국보다는 접수나 장소 또한 여유롭고, 생생한 미국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의 유학 생활을 예측 할 수가 있다. 어학 연수 기간 동안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학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 다른 점에 있어서 한국보다 유리한 점들은 미국 현지 사정을 바로 알 수 있고, 많은 학교의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사소한 것들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어디에서 준비하건 열심히 하면 된다' 라고 말하기에는 서로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냉정하게 생각해 본 후 결정하기 바란다. 만약 당신의 유학 결심이 확고하지 않다면, 유학하고 싶은 대학으로 어학 연수를 떠나는 것도 스스로를 아는데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관광 비자로 미국을 가면 6개월 동안 체류도 할 수 있으니, 까다로운 학생 비자(F-1) 없이도 떠날 수가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어학 연수로 영어를 많이 배운다는 것보다 직접 자신이 미국 현지 생활을 통해 얻는 체험의 무형적 자산(資産)이 더욱 더 가치가 있을 것이며, 유학의 성패를 떠나 두 번 다시 유학이라는 자기 굴레와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
4. 유학의 미학, 빈자의 미학?
가장 강한 자의 이론은 항상 최선이다.
-라폰테이느
접시 닦으면서도 유학했었던 과거의 선배 유학생들에 비하면 작금의 유학생들의 형편은 과히 엄청난 진일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유학을 고학(苦學)으로 생각하고 오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미국의 이민법이 유학생들의 학업 중 취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돈 없이 떠나는 유학은 매우 어렵다. 해외 유학의 자율화로 일반 학생에게 유학의 문이 넓어진 면도 있지만 예전보다 쉬어진 만큼 요즈음에 오는 유학생들의 마음가짐은 예전의 선배들과는 많이 다르다.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 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더 귀한 재산이지만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 계층간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가지고 유학을 오는 경우에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적지 않은 노력과 인내를 가지고 극복해야 만 한다..
오히려, 혼자 가지고 있는 어려움보다도 상대적으로 느끼는 초라함은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것보다 더욱 더 힘든 것은 한국에서 가지고 왔던 고귀한(?) '체면'을 버리는 것이다.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면 어느 것과도 싸워서 이겨낼 수가 없다. 한마디로 타국 만리에서 겪는 값비싼 인생 수업인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유학으로 보내는 것은 남은 인생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우리이지만 그래도 한 가닥의 성공의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정말 값진 일일 것이다.
잘사는 사람이 못사는 사람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교육의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소리다. 자본과 교육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관계는 서로 끊을 수 없는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 시스템을 극복하기란 육체적, 시간적, 그리고 정신적인 투자를 해야만 한다. 부와 권력 그리고 사회적 계층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바로 교육이다. 즉, 교육에서 쟁취한 지식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파급적인 힘들을 생각해 볼 적에 우리는 부(富)라는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오랫동안 수련해 온 시간과 노력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명예와 권력을 향한 하나의 접근 수단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이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유학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벌 세척의 중요한 도구로서 유학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효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온한(?) 목적을 접어 두고라도 유학은 정신적인 빈자의 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유학의 과정이 이러한 모든 불순한 목적으로부터 해탈을 할 수 있는 훈련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리와 지식의 득도(得道)가 가질 수 있는 위대한 힘인 것이다. 유학의 거창한 미화라고 생각해도 좋다.
유학은 자기만의 것을 득도(得道) 할 수 있는 인생의 두 번 다시없는 기회인 것이다. 한국으로부터의 지리적인 고립과 소외감, 고독감 그리고 유학에서 느끼게 되는 자기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 등의 인생의 진리들을 체험한 후에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새삼 다시 들려 올 것이다.
유학은 물질에 대한 빈자의 미학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진리와 학문의 대한 본질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에 유학만이 갖는 고유한 가치를 발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이자 자신을 되돌아 보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의 제공,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슴 벅찬 설계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유학에서 얻게 된다면 그것은 성공적인 유학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듯 싶다.
가난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러나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다만 남들보다 힘들뿐이다. 유학을 사회적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변질된 한 단면을 볼 수도 있겠지만 냉정한 사회의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빈자의 미학은 바로 그런 어려움을 소탈하게 이겨낼 수 있는 은근한 힘일 것이다. 유학의 과정에서 얻는 지식의 힘은 막대한 부(富)나 권력 앞에서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빈자들이 일하면서 유학하는 방법은 2장에서 언급을 해 놓았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돈없이 미국유학에서 살아 남는 여러 방법을 조금이나마 실었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도 유학은 빈자들이 생각하기에 크고 매우 어려운 결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럴수록 유학에서 얻는 것은 더욱 값지고 인생의 큰 스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5. 진지한 고민과 자기 충실의 시간, 유학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부유하게 하지는 않으나 지혜롭게 한다.
- 풀 러
이 글의 목적도 나를 만드는 훈련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며, 또 앞으로 여러 글쓰기 작업을 통한-아니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라도- 자기 수련과 자기충실을 게을 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디자인을 업(業)으로 먹고사는 건축가들의 글쓰기 작업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며, 설령 써 놓은 글을 읽을때라면 딱딱하기 그지없어 이해하기 조차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평소 나는 글은 쉽고 편하게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축유학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던가? 하지만 건축유학에 대한 실질적 정보도 없을뿐더러 고작해야 건축 잡지에 유학한 교수님들의 고상한 글들만이 있을 뿐이다. 유학정보나 미국에서의 갖은 고생담도 나올 수 있으련만 불행하게 없다. 교수님과 유학 고생담은 그리 썩 잘 어룰리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글이 논문의 형태가 아니고 잡글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이런 글들을 매도하고 등한시 하는 일반적인 시각과 편견이 실제적인 필요한 정보의 부재(不在)를 초래한 원인일 수도 있으려니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사람은 시간과 더불어 육체적으로 성장을 하는 것이 생물학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정신 또한 마찬가지이며 지식 또한 같은 범주에 들어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물며 유학이라는 상황하에서는 어떨까? 미국이 아니어도 좋다. 어딘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바로 유학의 메리트를 든다면 그 하나가 이 진지한 고민과 자기 충실의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마치, 외딴섬에 홀로 떨어져 도(道)딱는 수도승 처럼 말이다. 다시말해, '나의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학교 교수가 또 학교 선배가 내 사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건축을 고민하고 정립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참되고 가치있는 유학임에 틀림없다. 디자인 실력이 엄청나게 발전되는 것이 아니며, 자기만의 거창한 건축이론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학문에 대한 고민의 자세, 사물 하나하나를 진지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그 자세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끼는 곳이 대도시일 것이며, 특히 아시아의 몇나라,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경우, 들은 그 정도의 범위가 심하다고 볼 수있다. 이러한 대도시에서는 패션과 더불어 건축의 흐름또한 쉽게 감지되고 재빠르게 대응 하는 현상들을 볼 수가 있다. 한가지 우려를 해본다. 유행에 너무 민감한 나머지 근본도 제대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며, 유행에 쫒아가기 바쁘고 특히나 남을 의식하는 풍조는 과히 가관(可觀)이라 할 수 있다. 국전의 일괄적으로 도배된 특정 스타일에서 그 예를 쉽게 찾을 수가 있으며, 아무리 아시아의 국가들이 집단 주의사회라고 해도 너무 심한 모습도 가끔 볼 수가 있다. 도대체 나의 것이라는 것은 없고 하나의 유행이 상륙하면 모두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다니는 집단주의적 현상을 볼 적에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과연 '내것'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유학와서도 한국에서 하던 버릇을 똑같이 하는 유학생들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다. 도대체 나의 것은 어디로 가고 건축 유행의 첨단에 앞장서서 디자인을 해야만 설계를 잘한다고 믿고 있는 것을 볼때에 참 시간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첨단의 유행을 누군들 못 베낄까?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 것과 한치도 다를 바가 없다. 건축이 예술이라는 환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못해 중독되어 있는 모습들은 그리 보기가 좋지 않다. 건축 분야에서의 예술 지상주의, 건축 설계 지상주의를 개탄하는 바이며, 단지 '설계는 건축이라는 큰 카테고리중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나는 평소 생각하고 있다.
어디서 유학을 하느냐에 따라 그 자세가 달라진다. 다시말해, 어느 대학원에서 유학을 하느냐에 따라 건축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유행에 따라가다 바쁜 나머지 진짜로 얻을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함정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건축에 대해 편협되고 독선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경고를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그 지역의 풍토와 환경이 건축을 지배하듯이, 미국의 뉴욕과 L.A.가 어찌 같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 번쯤 깊게 고려해야 될 줄로 믿는 바이다.
그렇다. 유학의 가장 큰 잇점은 주위 잡 생각을 접어두고 그리고 사소한 집안 대소사의 면제부를 받은 만큼 유학 시간을 최대로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일 것이다. 때로는 왕따가 되어도 좋다. 유학생활 하다보면 하루종일 혼자 지낼떄도 있으며, 외로움과 언어의 장벽과 힘겹게 싸워 나갈때노라면 정말 절망감에 휩싸일떄도 있다. 미국애들과 친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이야기하고 지내도 한국에서 말하는 '친구'라는 개념이 아니고 그저 아는 사람으로 지낼 뿐이다. 이러한 난관들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며 우리의 사고와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고 말할 수 있다. 진지한 고민과 자기 충실의 시간이 없고서야 어찌 유학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유학은 바로 이 자세를 습득하는 것이다.
6. 유학, 영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아무리 유익한 책일지라도 그 절반은 독자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 볼 테 르
책방에 가보면 수많은 유학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다. 내가 여기서 영어 공부 방법을 얘기하기란 너무나 미약하기에 전문 관련 서적을 참조하기를 양해 바란다. 영어 준비는 건축과만이 아니라 전 분야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필수 항목이라 이 책에서는 가급적이면 건축에 관련된 사항만 담으려고 한다. 토플이 무엇이고 GRE가 무엇인가라는 세세한 사항은 접어 두고 간단하게 내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얘기하려고 한다.
건축과와 영어 성적과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 설계 수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보통이고, 영어 원서를 많이 보지 못한 면도 있고 해서 영어 성적은 일반적으로 다른 과의 공대생 이나 인문계보다 부족한 것이 보통이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토익 성적을 떨어뜨리는 책임을 건축과 출신들이 떠맡는 경우도 있다. 설계 사무실 다닐 때에는 야근에, 현장 생활에 바쁜 나머지 영어 공부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영어 공부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 성적이 높으면 짐을 더는데 있어 두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GRE를 공부하노라면 영어에 대한 큰 벽을 실감하게 된다. GRE를 마쳐야 비로소 유학 준비의 큰 고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GRE는 미국 학생들조차 힘들어하는 시험이다. 약 이천 내지 삼천 단어를 외우기란 정말로 힘든 싸움인 것이다. 일단은 먼저 토플 성적을 가급적이면 빨리 정상 궤도로 올려 놀고 GRE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토플 시험이 일주일 정도 다가오면 GRE는 잠시 쉬고 토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GRE의 어휘가 토플의 독해력 문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권하고 싶은 GRE 수험 도서로는 ETS에서 나온 GRE BIG BOOK을 추천한다. 과년도 시험문제를 실어 놓아서 실전 문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그 책을 약 세 번 정도 풀었던 기억이 나고 최소한 거기에 나오는 단어는 모두 암기해야 할 것이다. 컴퓨터 GRE 시험에는 ETS에서 나온 실전용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험 보기 약 1주일 전에 실전처럼 풀어 보면 자신의 예상 점수를 알아볼 수가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 풀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어서 나오므로 정확한 자기 실력을 측정하기란 어렵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GRE 시험이 페이퍼 시험보다 더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컴퓨터 시험에 더 잘 나오는 경우도 종종 보았는데 대체적으로 적게 나온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모든 GRE 시험이 컴퓨터로 대체되었다. 시험을 주관하는 ETS에서 GRE 컴퓨터 시험 소프트웨어를 팔기도 한다. 시험 보기 전에 실전처럼 미리 연습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미국의 건축 대학원이 GRE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만 한다. GRE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기는 하지만 추천 사항으로 선호하기도 한다. GRE 성적이 높으면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있고 입학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건축 대학원의 입학 기준에 있어서 영어 점수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포트 폴리오가 더 중요한가? 라는 질문이 많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 학생과 인터내셔널 학생을 뽑는 기준은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그 어느 누가 정확한 입학 심사 기준과 과정을 알겠는가 마는 학교 마다 다르고 심사 교수마다 취향이 다른데 어느 한 학교의 특정한 정보를 가지고 유학 준비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포트 폴리오가 좋으면 영어 점수가 모자라도 입학 할 수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영어 성적이 입학 당락을 좌우하는 일이 있으므로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포트 폴리오를 보면 참으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학 지원자들의 포트 폴리오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인터내셔널 학생인 경우에는 영어 성적이 결정적인 당락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영어 성적이 좋다고 해서 결코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유학생들이 수업 중에 토론에는 참여도 많이 하지도 못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뒤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항이다. 특히나 아시아권에서 유학 오는 나라들 중에 한국과 일본 학생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다 아는 이치다. 홍콩, 인도, 태국 등지에서 오는 학생들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심사 할 때는 교수들도 다 똑같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뽑아 놓고 보면 얼마 지나 지 않아서 금방 알 수가 있다. 바로 거품 영어 인 것이다.
어쩌겠는가? 영어가 우리말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 못하면 학교 생활이나 취직해서 직장 생활 할 때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언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유학 생활 내내 따라 다니는 골치 거리이다. 영어의 스킬(Skill)은 미국 사람과 좌충우돌 부디 치며 얻는 수밖에 없다.
건축과는 다른 과와는 달리 프리젠테이션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건축을 업으로 먹고 살날까지 계속 따라다니는 친구 일 것이다. 커뮤니케이션과 프리젠테이션은 건축가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항임에 틀림이 없다. 대학 때부터 훈련을 하지만 유학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다소 고생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말이 안되면 그림으로 설명 할 수가 있으니 다른 분야 보단 더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7. 돈을 벌고 싶거든 건축을 때려 치워라!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산다.
-프랑스 격언
진짜 돈을 벌려거든 건축을 때려 치고 3D-Modeling을 해라.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 한 자가 건축을 공부한 사람보다 훨씬 급여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이제 옛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LA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지만 건축과 출신들의 봉급이 이렇게 짠 줄은 몰랐다. 건축과의 석사 출신(M.Arch.)의 봉급과 컴퓨터 그래픽 전공의 학부 출신의 봉급이 같거나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건축하는 사람들이 돈을 못 번다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건축을 전공했다 해서 별 특별한 가치를 자신에게 부여하지는 말라. 남들보다 특별하다 드니, 예술을 한다 드니 하는 순수한(?) 자기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저 봉급쟁이로서 건축 일을 할뿐이다. 마치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샐러리맨들과 뭐가 다르다는 것인가? 천명 중에 한 두 명 날까 하는 스타 건축가들을 꿈에 두고 유학을 오는지도 모르지만, 이제 건축을 하는 사람은 돈을 떠나서 하늘이 주신 엄숙한 소명(召命)으로 건축을 임해야 할 것이다. 진짜 돈을 벌려거든 차라리 컴퓨터 그래픽을 해라.
건축을 전공한 석사 출신이 보통 졸업하고 초봉 30,000불에서 많이 받으면 35,000불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적게 받으면 24,000불이나 28,000불 정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직장 경력이 있어도 경력의 반 정도를 인정받으면 다행인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 그것도 대형 설계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급여이고 보면 정말로 유명한 건축가 밑에서 수련할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짠 봉급에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네셔널 학생 신분으로 비자 상태도 불안하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 이곳 현실을 미리 알고 유학을 떠나야 할 것이다. 유학 오면 미국에 있으나 한국에 돌아가나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환상을 깨고 마음 단단히 먹고 와야 할 것이다.
참, 건축으로 먹고살기가 빠듯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그 동안 공부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에 비해 너무나 적은 것이 사실이다.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 그래픽 쪽이 더 전망이 있.으니 그래픽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은 확실하게 그쪽으로 전공을 바꿔 보는 것도 좋다.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미국도 대형 설계 사무실에서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가 주요 현상 설계에 주요 프리젠테이션 툴(Tool)로서 엄청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그래픽 분야이다. 특히, 3D Studio Max를 사용해서 Modeling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Alias라는 고급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건축에 사용하는 회사는 지극히 드물기 때문에 3D Max로도 프리젠테이션 하기에는 충분하다.
건축적인 센스와 마인드를 가지고 3D 모델링 하는 전문가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디자인 스쿨이나 미술 대학에서 공부한 친구들이 3D 모델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래픽 분야의 석사 출신이 받는 봉급은 45,000불에서 프로그램 수행 능력에 따라 55,000불까지 받는 것을 보면 건축하는 사람보다 정말 많이 받는다. 회사에서 경력을 어느 정도 쌓아 독립을 해도 전망은 밝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설계 사무실이 시간에 바쁘고 인력이 부족하면 전문 3D사무실에 용역을 주는 것이 관례이다. 콤페에 나가는 사무실이야말로 프리젠테이션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용역 비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준비해야 되는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이나 텍사스 A&M 대학에 Visualization과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UCLA도 3D Modeling을 할 수 있는 기자재와 스튜디오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UT Austin의 경우도 컴퓨터를 이용한 그래픽 스튜디오가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축 공부를 하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확실하게 전문 분야로 빠지는 것이 좋다. 엉성하게 자기의 전공 분야를 여기저기 걸쳐놓으면 죽도 밥도 안 되는 현실이 오게 되기 때문이다.
일제가 물려준 한국 건축 교육이 확실한 자기의 분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하고, 구조고 하고, 시공도하고 한마디로 종합적인 건축 인을 양성한다는 좋은(?)취지는 이제 바뀌어져야 한다. 전문 분야의 시대인 것이다. 건축 디자인도 하고, 구조도 하고, 컴퓨터 그래픽까지 하는 시대가 아니다. 나이 40이 되면은 자기의 확실한 분야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 디자이너로 남느냐, 프로젝트 메니져로 남느냐, 아니면 건축의 철저한 테크니션으로 살아가느냐 그리고 건축의 경영자의 역할을 하느냐 등이다.
혼자 사무실 꾸려 가면서 디자인도 하고, 공사 감리 까지 챙겨 가며, 경영까지 하는 종합 건축인 시대는 지나갔다. 죽도 밥도 아닌 종합 건축인 보다 확실한 자기 분야를 개척하라고 권하고 싶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신 테크노 시대이고 보면 컴퓨터는 매력 덩어리 중에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하나 우스운 것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의 회사들간의 치열한 시장 싸움으로 인해서, 무고한 건축과 출신들의 희생자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즉, 예를 들면 학교에서 Auto CAD14를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이 프로그램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학교에서 AutoCAD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적은 MINI CAD나, ARCHI-CAD등의 프로그램을 배웠다면 일자리 구하기가 그만큼 제한적이다 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캐드 프로그램을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혼자서라도 Auto CAD14를 알고 있어야 일자리 싸움에서 이길 수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 경우에는 학교에서 Form-Z라는 3D Modeling Program을 배웠지만 3D Studio MAX를 쓰고 있는 RTKL에 와 보니 Form-Z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내 능력을 발휘하려면, Form-Z를 사용하는 작은 회사를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현 건축 시장의 게임에서 3D MAX에 Form-Z가 눌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그만큼 중요하다. 시장 점유율이 적은 프로그램보다는 일반적으로 효용성이 높고 많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건축 설계 분야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시대와 예술에 대한 투철한 소명 의식(召命意識)을 가진 자들만이 건축을 해야 할 것이다. 배고파도 건축이 너무너무 좋고, 평생에 길이 남을 건물 딱 한 개만 설계해도 좋다면, 또 평생을 묵묵히 그늘에서 일하다가 생을 마칠 수도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졌거나, 그리고 돈보다도 인생을 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기를 원한다면 건축해야지. 내가 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미리 각오하고 유학을 준비하자. 건축가가 사회적인 명예는 있을지언정 경제적인 성취는 자연적으로 따를 수 없다. 돈을 벌고 싶거든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때려치워라.
정신은 스스로 믿고, 의지는 스스로 사랑한다
-파스칼
이 책의 목적이 미국의 이데올로기와 건축 유학의 패권주의를 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학이 학벌 세척을 위해서 떠난다거나, 또는 유학(留學)이 '유학(遊學)'이라는 등등 수많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비판하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유학의 필요여부나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유학을 마음속에 품기이전에 냉정하고 진지하게 유학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철저하면 그 결과도 좋을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유학의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고민하고, 건축에 뜨거운 정열이 있어야만 유학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가 있을 것이며, 많은 것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유학은 더 이상 당신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절대 수단'도 아니며 고 부가 가치의 상품도 아닌 것이다.
벌써 5년여 전이 되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설계사무실을 다니면서 나는 유학의 꿈을 품기 시작하여 우여 곡절 끝에 3년만에 미국땅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하였다. 옛시간을 더듬어 올라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유학에 대한 낭만도 아니며, 추억거리를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니다. 정보싸움면에서 유학준비과정과 유학생활을 미리 알고 오는 것이 유학 준비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그 첫째 이유이며, 둘째는 유학의 대한 실질적인 면을 보여주고 유학의 실상과 허상을 깨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는 평범한(?) 한 유학생이 체험한 미국 건축유학과 건축에 관한 고민거리가 유학하고 있는 건축인이 갖고 있는 한 단면을 읽을수가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왜 건축유학은 더 이상 고부가 가치의 상품이 아닌가? 첫쨰, 이 문제는 전적으로 한 개인의 문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학의 문제성과 경제성 그리고 필요성 등을 생각해 볼 때에, 유학의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은 먼저 유학이라는 것을 과대 평가 하고 있거나, 진정한 유학의 의도를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제 유학은 마치 한국의 모 대학원에 간다는 것쯤으로 인식되어져야 한다. 다시말해, 한국의 대학원 등록금과 생활비등을 비교해 볼 적에, 한국보다도 더 저렴하게 유학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하고 논할 성질이 못된다. 그렇다고 프로의 세계에서 유학이 국내에서 공부한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고는 보장을 할 수 없기에, 쉽사리 판단을 할 수 없다.
둘째는 유학이 가치 있는 상품이라 하면, 정치적인 역학구조 내에서 한정된 고가 상품이라고 믿고 싶다. 학벌, 연줄, 파벌, 온갖 잡다하고 지저분한 정치적인 역학구조가 유학을 하나의 값비싼 상품으로 만들어 놓았을 게다. 이런 후진국적 사회구조가 이제는 바뀌어지고 있고, 바뀌어져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유학이 고부가 상품이 되지 못하고 개인의 실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그것이 투명하고 선진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셋째로, 건축 석사 과정은(Master of Architecture) 한국에 없는 학문을 개척하는 과정은 아니다. 박사과정이야 워낙 세분화되고 한국에서 미개척된 분야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유학을 떠날 명분이 있을 수 있지만, 건축 석사과정은 스튜디오 수업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수업 방식 또한 한국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별반 다를바가 없다. 영어가 조금 늘고 미국 문화와 생활에서 얻는 사고 방식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 그리 큰 상품의 효과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한국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고 미국에서만이 배울 수 있는 분야를 한 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서 결정해보자.
넷째로, 교수진과 학교시설의 비교다. 학교시설은 한국보다 다소 좋은 것이 사실이다. 건축과 단독 건물하나 제대로 없는 대학이 대부분인 한국 사정을 보면 미국의 교육환경은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있다. 학과 기자재나 강의실, 컴퓨터 시설, 전시시설, 등등 일일이 나열해서 비교를 할 수도 없지만 어찌되었든 교육환경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수진에서는 의문이다. 설계교수들의 자질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비교를 할 수가 없지만 한국과 그리 큰 차이는 없지 않나 싶다. 미국교수라고 다 똑똑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가진 대부분의 한국 교수진들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석사 학위 가끔은 학사 출신 교수들도 볼 수가 있다. 프로페셔널 학위과정인 만큼 아카데믹한 박사학위 교수보다 프로 교수들이 학교에 많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며, 한국과 크게 다른 면이기도 하다.
유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 마치 3년의 수도 생활이 평생을 보장해 주는 시대는 옛 이야기가 되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리고 일하면서 그리 많지 않은 유학생들을 만나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되기에 몇몇은 한국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 보다 훨씬 못 미치는 사람도 있었고, 소수는 마치 유학하고 한국을 돌아가면 남들보다 다르게 대접받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보았으며, 또 학벌 세척이나 학위 목적용으로 온 사람들도 보았다. 실력 없는 사람이 학벌이나 출신을 불문하고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진리인 것이다. 유학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문제에서도 그렇듯이, 실력이 중요한 것이지, 학위와 출신이라는 피상적인 결과가 중요시되어 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공부하건 또 유학을 떠나건 간에 진정한 실력이 평가되어야 하는 사회가 바람직 하며, 학벌이나 특정 출신 학교가 대접받는 사회라면 미래와 희망이 없는 사회일 것이다.
유학은 이제 한 개인의 문제다. 더 이상 유학을 특별하게 생각해서도 안되며 단순하게 말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어찌 보면 시대가 그만큼 변했다는 것이기도 하겠다. 작금의 시기에는 다른 어떠한 이유에서보다 자기만족의 동기부여로 유학을 결심하는 경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학의 피상적인 결과보다 과정으로 인한 진정한 실력을 심판 할 수 있는 사회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어떻게 보냈느냐 가 득(得)이 될 수도 있고 실(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러면, 유학에서 진정으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또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얻는다면 얼마나 얻을 것인가? 과연, 절실할 정도로 당신은 유학을 꿈꾸는가? 건축이 먼저인가? 유학이 먼저인가? 유학은 마치 게임과 같다.
2. 유학을 준비하는 것보다 결심하기가 더 어렵다.
전체를 알지 못하고 부분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부분을 상세히 말지 못하고 전체를 아는 것도 불가능하다
- 파 스 칼
유학, 막연한 뜬구름처럼 생각되는 것을 직접 실행에 옮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보통 사람으로서는 인생에 있어서 결심해야 할 가장 큰 문제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천만 다행이다. 덧붙여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참으로 어렵고 긴 시간의 싸움이 아닐 수 없다. 서울 포럼 웹 진에도 글을 올렸지만, 한번 유학이라는 것을 마음에 품으면 그 이후의 시간이 참으로 고민과 방황의 시간으로 바뀐다. 직장 생활을 해도 대학원 생활을 해도 항상 마음 한구석엔 현실에 대한 불만과 유학을 동경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볼 수 있다. 현실에 대한 위안으로 다른 사람들과 유학을 얘기하면서 자기 자신을 달래기도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유학을 못 갈망정 어학 연수라도 아니, 건축 여행이라도 한번 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게 되는 것이 예사다. 어쩌면 그것이 더 바람직할 지도 모른다. 가고자 하는 대학의 도시로 어학 연수 6개월 정도(관광 비자로 출국하면 미국에서 6개월을 체류할 수 있다.)를 하면서, 학교도 구경하고 교수도 만나 보고, 또 그곳의 건축과 유학생이나 주변 사람들을 만나 보면서 실제 그곳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고 경험한다면 유학이라는 허(虛)와 실(失)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결심이 확고하게 서야 바로 준비 단계로 들어갈 수 가 있다.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은 중도에서 쉽게 포기를 하고 마는 경우가 흔하다. 결심하기 전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원 등록금과 서울에서의 생활비 등을 비교했을 때 미국의 주립 대학과 그리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 대학도 있으므로(등록금 비교 참조) 결심이 선다면 충분히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먼저 총 경비를 생각하고 유학 후 사정이나 기타 개인적인 문제를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앞서 결심할 수 가 없다. 유학 후 취직 문제, 결혼 문제, 아이 문제 등등 수많은 걱정거리가 머리 속에 가득 차게 되지만 과감한 용기와 대담함으로 승부를 걸기 바란다.
나 또한 이런 문제들로 많은 고민을 해 왔었다. 나는 직장 생활 2년여 동안 저축한 돈으로 어학 연수를 떠났는데, 처음엔 호주로 갈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 당시에는 유학이라는 것이 막연하게 가고 싶다고만 생각이 들었지, 실제로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이런 분들이 많으리라 보는데, 경제적 여건도 문제이지만 영어에 대한 준비도 부족해서 어학 연수를 생각하게 된다. 유학 준비의 시작 단계라 할 수 있겠다.
왜 호주인가? 호주는 학생 비자로 20시간을 공식으로 일 할 수가 있고, 또 어학 연수를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친구의 경험을 지켜본바 그곳으로 결정을 하고 준비를 했었다. 시드니 대학과 뉴 사우쓰 웨일즈 대학에서 원서도 받기도 하고, 교보 빌딩에 있는 호주 대사관에서 상담도 하였었다. 그때 계획으로는 어학 연수를 다녀와 대학원에 복학해서 공부를 마치고 그 후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떠나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안되면 못 간다는 생각도 했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무모하고 아무 계획 없이 그저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만약, 내 주위에 유학 간 선배나 친구가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할 수 없이 나는 서울 종로의 한 유학 원을 두드리게 되었다.
결국 호주대신에 유학원을 통해서 미국땅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당시 나의 신조는 이러했다. '일단 일은 저지르면 어떠한 경우가 생기건 간에 가능하다' 라는 참으로 무모하기도 하고 대담하기도 한 생각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집에서 떠민것도 아니었다. 앞 뒤 재고 오만 잡다한 것까지 생각하면 어떠한 일도 할 수가 없다. 젊을수록 과감성과 진취적인 용기가 충만하며 나이가 들수록(별로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하나 둘 사그러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결심 그 자체가 어려울땐 과감한 결단으로 헤쳐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감 없는 유학 준비란 모래위에 성(成)쌓기와 다름 없다.
3. 하버드에 어학 연수라도 갈까?
정열은 아름다운 것이며 젊은이들에게 잘 어울린다.
-헤르만 헷세
유학을 혼자서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어디서,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가 유학의 승패를 떠나 또 다른 인생의 중요한 결실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가장 효과적으로 단 시일 내에 준비를 할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서울에서 준비하는 것과 미국 현지에서 준비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하면서 공부를 한다면, 무엇이 유리하고 불편한 점들은 없을까?
나는 한국에서 유학 준비를 해보진 않았지만, 가까운 지인(知人)이나 친구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유학 전문 학원에서 준비를 하게 된다. 고시 공부하는 것처럼,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같이 준비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 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학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가 있고, 영어 시험의 전략이나 과거 유학생들의 자료 그리고 다양한 학교 정보를 많이 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학 준비는 정보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컴퓨터실까지 갖추고 있는 학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원서 작성에서부터 대학들의 정보 검색까지 다양하게 활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파일로 만들어 놓으면 입학 지원 할 때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 사회는 미국보다 더 경쟁적이다. 우리는 그 힘든 대학 입시 경쟁을 이겨냈기 때문에 토플이나 GRE 시험 또한 잘 치르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험만을 위한다면 미국보다 한국이 유리 할 수도 있다. 주위에 유학 준비하는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면 서로 경쟁도 되면서 위안이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능률적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저 막막하게 공부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미국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유학에 대한 많은 기대도 있을 것이며 동시에 초조하고 불안하며 답답할 것이다.
미국과 비교해 보건대, 한국에 있으면 공부 외에 빼앗기는 시간들이 많다. 결혼을 했으면 집안 일에 아무래도 적지 않은 시간들을 할애해야 하고, 이성 친구나 친구도 가끔 만나야 되며, 매일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사회문제에도 신경이 쓰이게 된다. 부모나 친구들의 많은 관심이 오히려 부담감으로 작용해 많은 스트레스를 갖게 되고, 또 한국 건축 계의 분위기라든지, IMF와 같은 경제적 상황 등의 사회적 제반 현상들도 알게 모르게 유학 준비하는데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자신의 주변 여건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컨트롤해 나가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현지에서 준비를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어학 연수를 떠나 는 것이다. 어학 연수의 목적이 언어의 커뮤니케이션을 주(主)로 할 수도 있고, 동시에 영어 시험 준비까지 생각하고 떠날 수 있다. 만약 유학 준비를 위해 가는 것이라면, 떠나기 전에 세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 어디로 갈 것이며, 가고자 하는 어학원에서 토플이나 GRE수업을 하는가? 그리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이다. 명심할 것은 어학원만 꾸준히 다닌다고 해서 토플이나 GRE성적이 절로 올라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학원 수업 외에 따로 자신이 시험 준비를 해야 하고 만약에 학원 과제가 많을 경우에는 GRE나 토플 시험에 공부할 시간이 없게 된다. 이러면 두 마리 쫓으려다 아무 것도 못 잡게 되는 경우가 온다.
그래도 굳이 미국에서 유학 준비를 원한다면, 한국에서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쌓은 후에 오라고 권하고 싶다. 최소한 토플 530점 정도는 되어야 시간적인 면이나 경제적으로 많이 절약할 수 가 있다. 미국을 가면 영어의 모든 것이 해결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 나는 무턱대고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 시험만 준비하는데 2년이나 3년까지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었다. 미국에서의 유학 준비는 다소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나도 '미국으로 가면 영어가 저절로 되겠지' 하고 어학 연수 겸 유학 생각을 하며 떠났었다. 나는 미국의 텍사스주 어스틴(Austin)으로 어학 연수를 갔는데, 그곳으로 간 이유는 직접 텍사스 주립 대학(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이하 UT Austin)을 보고, 느끼고 또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또 그곳에서 어학 연수를 하면 마치 UT Austin에 들어갈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영어 시험의 벽을 넘기란 4개월의 집중적인 공부 기간이 요구되었었다. 충고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대학의 부설 어학원에서 공부를 하면 그 학교를 들어가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입학 기준에 자격이 미달되면 아무런 혜택이나 이점(利點)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설령 입학하였더라도,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다시 영어 수업을 듣게 하는 경우를 보았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영어에 친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이다. 토플이나 GRE 시험도 한국보다는 접수나 장소 또한 여유롭고, 생생한 미국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의 유학 생활을 예측 할 수가 있다. 어학 연수 기간 동안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학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 다른 점에 있어서 한국보다 유리한 점들은 미국 현지 사정을 바로 알 수 있고, 많은 학교의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사소한 것들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어디에서 준비하건 열심히 하면 된다' 라고 말하기에는 서로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냉정하게 생각해 본 후 결정하기 바란다. 만약 당신의 유학 결심이 확고하지 않다면, 유학하고 싶은 대학으로 어학 연수를 떠나는 것도 스스로를 아는데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관광 비자로 미국을 가면 6개월 동안 체류도 할 수 있으니, 까다로운 학생 비자(F-1) 없이도 떠날 수가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어학 연수로 영어를 많이 배운다는 것보다 직접 자신이 미국 현지 생활을 통해 얻는 체험의 무형적 자산(資産)이 더욱 더 가치가 있을 것이며, 유학의 성패를 떠나 두 번 다시 유학이라는 자기 굴레와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
4. 유학의 미학, 빈자의 미학?
가장 강한 자의 이론은 항상 최선이다.
-라폰테이느
접시 닦으면서도 유학했었던 과거의 선배 유학생들에 비하면 작금의 유학생들의 형편은 과히 엄청난 진일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유학을 고학(苦學)으로 생각하고 오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미국의 이민법이 유학생들의 학업 중 취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돈 없이 떠나는 유학은 매우 어렵다. 해외 유학의 자율화로 일반 학생에게 유학의 문이 넓어진 면도 있지만 예전보다 쉬어진 만큼 요즈음에 오는 유학생들의 마음가짐은 예전의 선배들과는 많이 다르다.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 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더 귀한 재산이지만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 계층간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가지고 유학을 오는 경우에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적지 않은 노력과 인내를 가지고 극복해야 만 한다..
오히려, 혼자 가지고 있는 어려움보다도 상대적으로 느끼는 초라함은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것보다 더욱 더 힘든 것은 한국에서 가지고 왔던 고귀한(?) '체면'을 버리는 것이다.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면 어느 것과도 싸워서 이겨낼 수가 없다. 한마디로 타국 만리에서 겪는 값비싼 인생 수업인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유학으로 보내는 것은 남은 인생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우리이지만 그래도 한 가닥의 성공의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정말 값진 일일 것이다.
잘사는 사람이 못사는 사람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교육의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소리다. 자본과 교육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관계는 서로 끊을 수 없는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 시스템을 극복하기란 육체적, 시간적, 그리고 정신적인 투자를 해야만 한다. 부와 권력 그리고 사회적 계층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바로 교육이다. 즉, 교육에서 쟁취한 지식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파급적인 힘들을 생각해 볼 적에 우리는 부(富)라는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오랫동안 수련해 온 시간과 노력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명예와 권력을 향한 하나의 접근 수단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이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유학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벌 세척의 중요한 도구로서 유학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효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온한(?) 목적을 접어 두고라도 유학은 정신적인 빈자의 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유학의 과정이 이러한 모든 불순한 목적으로부터 해탈을 할 수 있는 훈련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리와 지식의 득도(得道)가 가질 수 있는 위대한 힘인 것이다. 유학의 거창한 미화라고 생각해도 좋다.
유학은 자기만의 것을 득도(得道) 할 수 있는 인생의 두 번 다시없는 기회인 것이다. 한국으로부터의 지리적인 고립과 소외감, 고독감 그리고 유학에서 느끼게 되는 자기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 등의 인생의 진리들을 체험한 후에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새삼 다시 들려 올 것이다.
유학은 물질에 대한 빈자의 미학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진리와 학문의 대한 본질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에 유학만이 갖는 고유한 가치를 발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이자 자신을 되돌아 보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의 제공,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슴 벅찬 설계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유학에서 얻게 된다면 그것은 성공적인 유학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듯 싶다.
가난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러나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다만 남들보다 힘들뿐이다. 유학을 사회적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변질된 한 단면을 볼 수도 있겠지만 냉정한 사회의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빈자의 미학은 바로 그런 어려움을 소탈하게 이겨낼 수 있는 은근한 힘일 것이다. 유학의 과정에서 얻는 지식의 힘은 막대한 부(富)나 권력 앞에서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빈자들이 일하면서 유학하는 방법은 2장에서 언급을 해 놓았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돈없이 미국유학에서 살아 남는 여러 방법을 조금이나마 실었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도 유학은 빈자들이 생각하기에 크고 매우 어려운 결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럴수록 유학에서 얻는 것은 더욱 값지고 인생의 큰 스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5. 진지한 고민과 자기 충실의 시간, 유학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부유하게 하지는 않으나 지혜롭게 한다.
- 풀 러
이 글의 목적도 나를 만드는 훈련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며, 또 앞으로 여러 글쓰기 작업을 통한-아니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라도- 자기 수련과 자기충실을 게을 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디자인을 업(業)으로 먹고사는 건축가들의 글쓰기 작업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며, 설령 써 놓은 글을 읽을때라면 딱딱하기 그지없어 이해하기 조차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평소 나는 글은 쉽고 편하게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축유학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던가? 하지만 건축유학에 대한 실질적 정보도 없을뿐더러 고작해야 건축 잡지에 유학한 교수님들의 고상한 글들만이 있을 뿐이다. 유학정보나 미국에서의 갖은 고생담도 나올 수 있으련만 불행하게 없다. 교수님과 유학 고생담은 그리 썩 잘 어룰리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글이 논문의 형태가 아니고 잡글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이런 글들을 매도하고 등한시 하는 일반적인 시각과 편견이 실제적인 필요한 정보의 부재(不在)를 초래한 원인일 수도 있으려니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사람은 시간과 더불어 육체적으로 성장을 하는 것이 생물학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정신 또한 마찬가지이며 지식 또한 같은 범주에 들어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물며 유학이라는 상황하에서는 어떨까? 미국이 아니어도 좋다. 어딘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바로 유학의 메리트를 든다면 그 하나가 이 진지한 고민과 자기 충실의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마치, 외딴섬에 홀로 떨어져 도(道)딱는 수도승 처럼 말이다. 다시말해, '나의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학교 교수가 또 학교 선배가 내 사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건축을 고민하고 정립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참되고 가치있는 유학임에 틀림없다. 디자인 실력이 엄청나게 발전되는 것이 아니며, 자기만의 거창한 건축이론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학문에 대한 고민의 자세, 사물 하나하나를 진지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그 자세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끼는 곳이 대도시일 것이며, 특히 아시아의 몇나라,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경우, 들은 그 정도의 범위가 심하다고 볼 수있다. 이러한 대도시에서는 패션과 더불어 건축의 흐름또한 쉽게 감지되고 재빠르게 대응 하는 현상들을 볼 수가 있다. 한가지 우려를 해본다. 유행에 너무 민감한 나머지 근본도 제대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며, 유행에 쫒아가기 바쁘고 특히나 남을 의식하는 풍조는 과히 가관(可觀)이라 할 수 있다. 국전의 일괄적으로 도배된 특정 스타일에서 그 예를 쉽게 찾을 수가 있으며, 아무리 아시아의 국가들이 집단 주의사회라고 해도 너무 심한 모습도 가끔 볼 수가 있다. 도대체 나의 것이라는 것은 없고 하나의 유행이 상륙하면 모두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다니는 집단주의적 현상을 볼 적에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과연 '내것'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유학와서도 한국에서 하던 버릇을 똑같이 하는 유학생들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다. 도대체 나의 것은 어디로 가고 건축 유행의 첨단에 앞장서서 디자인을 해야만 설계를 잘한다고 믿고 있는 것을 볼때에 참 시간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첨단의 유행을 누군들 못 베낄까?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 것과 한치도 다를 바가 없다. 건축이 예술이라는 환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못해 중독되어 있는 모습들은 그리 보기가 좋지 않다. 건축 분야에서의 예술 지상주의, 건축 설계 지상주의를 개탄하는 바이며, 단지 '설계는 건축이라는 큰 카테고리중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나는 평소 생각하고 있다.
어디서 유학을 하느냐에 따라 그 자세가 달라진다. 다시말해, 어느 대학원에서 유학을 하느냐에 따라 건축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유행에 따라가다 바쁜 나머지 진짜로 얻을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함정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건축에 대해 편협되고 독선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경고를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그 지역의 풍토와 환경이 건축을 지배하듯이, 미국의 뉴욕과 L.A.가 어찌 같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 번쯤 깊게 고려해야 될 줄로 믿는 바이다.
그렇다. 유학의 가장 큰 잇점은 주위 잡 생각을 접어두고 그리고 사소한 집안 대소사의 면제부를 받은 만큼 유학 시간을 최대로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일 것이다. 때로는 왕따가 되어도 좋다. 유학생활 하다보면 하루종일 혼자 지낼떄도 있으며, 외로움과 언어의 장벽과 힘겹게 싸워 나갈때노라면 정말 절망감에 휩싸일떄도 있다. 미국애들과 친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이야기하고 지내도 한국에서 말하는 '친구'라는 개념이 아니고 그저 아는 사람으로 지낼 뿐이다. 이러한 난관들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며 우리의 사고와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고 말할 수 있다. 진지한 고민과 자기 충실의 시간이 없고서야 어찌 유학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유학은 바로 이 자세를 습득하는 것이다.
6. 유학, 영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아무리 유익한 책일지라도 그 절반은 독자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 볼 테 르
책방에 가보면 수많은 유학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다. 내가 여기서 영어 공부 방법을 얘기하기란 너무나 미약하기에 전문 관련 서적을 참조하기를 양해 바란다. 영어 준비는 건축과만이 아니라 전 분야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필수 항목이라 이 책에서는 가급적이면 건축에 관련된 사항만 담으려고 한다. 토플이 무엇이고 GRE가 무엇인가라는 세세한 사항은 접어 두고 간단하게 내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얘기하려고 한다.
건축과와 영어 성적과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 설계 수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보통이고, 영어 원서를 많이 보지 못한 면도 있고 해서 영어 성적은 일반적으로 다른 과의 공대생 이나 인문계보다 부족한 것이 보통이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토익 성적을 떨어뜨리는 책임을 건축과 출신들이 떠맡는 경우도 있다. 설계 사무실 다닐 때에는 야근에, 현장 생활에 바쁜 나머지 영어 공부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영어 공부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 성적이 높으면 짐을 더는데 있어 두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GRE를 공부하노라면 영어에 대한 큰 벽을 실감하게 된다. GRE를 마쳐야 비로소 유학 준비의 큰 고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GRE는 미국 학생들조차 힘들어하는 시험이다. 약 이천 내지 삼천 단어를 외우기란 정말로 힘든 싸움인 것이다. 일단은 먼저 토플 성적을 가급적이면 빨리 정상 궤도로 올려 놀고 GRE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토플 시험이 일주일 정도 다가오면 GRE는 잠시 쉬고 토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GRE의 어휘가 토플의 독해력 문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권하고 싶은 GRE 수험 도서로는 ETS에서 나온 GRE BIG BOOK을 추천한다. 과년도 시험문제를 실어 놓아서 실전 문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그 책을 약 세 번 정도 풀었던 기억이 나고 최소한 거기에 나오는 단어는 모두 암기해야 할 것이다. 컴퓨터 GRE 시험에는 ETS에서 나온 실전용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험 보기 약 1주일 전에 실전처럼 풀어 보면 자신의 예상 점수를 알아볼 수가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 풀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어서 나오므로 정확한 자기 실력을 측정하기란 어렵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GRE 시험이 페이퍼 시험보다 더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컴퓨터 시험에 더 잘 나오는 경우도 종종 보았는데 대체적으로 적게 나온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모든 GRE 시험이 컴퓨터로 대체되었다. 시험을 주관하는 ETS에서 GRE 컴퓨터 시험 소프트웨어를 팔기도 한다. 시험 보기 전에 실전처럼 미리 연습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미국의 건축 대학원이 GRE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만 한다. GRE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기는 하지만 추천 사항으로 선호하기도 한다. GRE 성적이 높으면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있고 입학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건축 대학원의 입학 기준에 있어서 영어 점수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포트 폴리오가 더 중요한가? 라는 질문이 많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 학생과 인터내셔널 학생을 뽑는 기준은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그 어느 누가 정확한 입학 심사 기준과 과정을 알겠는가 마는 학교 마다 다르고 심사 교수마다 취향이 다른데 어느 한 학교의 특정한 정보를 가지고 유학 준비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포트 폴리오가 좋으면 영어 점수가 모자라도 입학 할 수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영어 성적이 입학 당락을 좌우하는 일이 있으므로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포트 폴리오를 보면 참으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학 지원자들의 포트 폴리오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인터내셔널 학생인 경우에는 영어 성적이 결정적인 당락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영어 성적이 좋다고 해서 결코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유학생들이 수업 중에 토론에는 참여도 많이 하지도 못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뒤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항이다. 특히나 아시아권에서 유학 오는 나라들 중에 한국과 일본 학생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다 아는 이치다. 홍콩, 인도, 태국 등지에서 오는 학생들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심사 할 때는 교수들도 다 똑같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뽑아 놓고 보면 얼마 지나 지 않아서 금방 알 수가 있다. 바로 거품 영어 인 것이다.
어쩌겠는가? 영어가 우리말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 못하면 학교 생활이나 취직해서 직장 생활 할 때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언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유학 생활 내내 따라 다니는 골치 거리이다. 영어의 스킬(Skill)은 미국 사람과 좌충우돌 부디 치며 얻는 수밖에 없다.
건축과는 다른 과와는 달리 프리젠테이션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건축을 업으로 먹고 살날까지 계속 따라다니는 친구 일 것이다. 커뮤니케이션과 프리젠테이션은 건축가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항임에 틀림이 없다. 대학 때부터 훈련을 하지만 유학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다소 고생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말이 안되면 그림으로 설명 할 수가 있으니 다른 분야 보단 더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7. 돈을 벌고 싶거든 건축을 때려 치워라!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산다.
-프랑스 격언
진짜 돈을 벌려거든 건축을 때려 치고 3D-Modeling을 해라.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 한 자가 건축을 공부한 사람보다 훨씬 급여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이제 옛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LA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지만 건축과 출신들의 봉급이 이렇게 짠 줄은 몰랐다. 건축과의 석사 출신(M.Arch.)의 봉급과 컴퓨터 그래픽 전공의 학부 출신의 봉급이 같거나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건축하는 사람들이 돈을 못 번다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건축을 전공했다 해서 별 특별한 가치를 자신에게 부여하지는 말라. 남들보다 특별하다 드니, 예술을 한다 드니 하는 순수한(?) 자기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저 봉급쟁이로서 건축 일을 할뿐이다. 마치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샐러리맨들과 뭐가 다르다는 것인가? 천명 중에 한 두 명 날까 하는 스타 건축가들을 꿈에 두고 유학을 오는지도 모르지만, 이제 건축을 하는 사람은 돈을 떠나서 하늘이 주신 엄숙한 소명(召命)으로 건축을 임해야 할 것이다. 진짜 돈을 벌려거든 차라리 컴퓨터 그래픽을 해라.
건축을 전공한 석사 출신이 보통 졸업하고 초봉 30,000불에서 많이 받으면 35,000불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적게 받으면 24,000불이나 28,000불 정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직장 경력이 있어도 경력의 반 정도를 인정받으면 다행인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 그것도 대형 설계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급여이고 보면 정말로 유명한 건축가 밑에서 수련할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짠 봉급에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네셔널 학생 신분으로 비자 상태도 불안하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 이곳 현실을 미리 알고 유학을 떠나야 할 것이다. 유학 오면 미국에 있으나 한국에 돌아가나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환상을 깨고 마음 단단히 먹고 와야 할 것이다.
참, 건축으로 먹고살기가 빠듯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그 동안 공부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에 비해 너무나 적은 것이 사실이다.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 그래픽 쪽이 더 전망이 있.으니 그래픽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은 확실하게 그쪽으로 전공을 바꿔 보는 것도 좋다.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미국도 대형 설계 사무실에서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가 주요 현상 설계에 주요 프리젠테이션 툴(Tool)로서 엄청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그래픽 분야이다. 특히, 3D Studio Max를 사용해서 Modeling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Alias라는 고급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건축에 사용하는 회사는 지극히 드물기 때문에 3D Max로도 프리젠테이션 하기에는 충분하다.
건축적인 센스와 마인드를 가지고 3D 모델링 하는 전문가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디자인 스쿨이나 미술 대학에서 공부한 친구들이 3D 모델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래픽 분야의 석사 출신이 받는 봉급은 45,000불에서 프로그램 수행 능력에 따라 55,000불까지 받는 것을 보면 건축하는 사람보다 정말 많이 받는다. 회사에서 경력을 어느 정도 쌓아 독립을 해도 전망은 밝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설계 사무실이 시간에 바쁘고 인력이 부족하면 전문 3D사무실에 용역을 주는 것이 관례이다. 콤페에 나가는 사무실이야말로 프리젠테이션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용역 비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준비해야 되는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이나 텍사스 A&M 대학에 Visualization과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UCLA도 3D Modeling을 할 수 있는 기자재와 스튜디오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UT Austin의 경우도 컴퓨터를 이용한 그래픽 스튜디오가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축 공부를 하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확실하게 전문 분야로 빠지는 것이 좋다. 엉성하게 자기의 전공 분야를 여기저기 걸쳐놓으면 죽도 밥도 안 되는 현실이 오게 되기 때문이다.
일제가 물려준 한국 건축 교육이 확실한 자기의 분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하고, 구조고 하고, 시공도하고 한마디로 종합적인 건축 인을 양성한다는 좋은(?)취지는 이제 바뀌어져야 한다. 전문 분야의 시대인 것이다. 건축 디자인도 하고, 구조도 하고, 컴퓨터 그래픽까지 하는 시대가 아니다. 나이 40이 되면은 자기의 확실한 분야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 디자이너로 남느냐, 프로젝트 메니져로 남느냐, 아니면 건축의 철저한 테크니션으로 살아가느냐 그리고 건축의 경영자의 역할을 하느냐 등이다.
혼자 사무실 꾸려 가면서 디자인도 하고, 공사 감리 까지 챙겨 가며, 경영까지 하는 종합 건축인 시대는 지나갔다. 죽도 밥도 아닌 종합 건축인 보다 확실한 자기 분야를 개척하라고 권하고 싶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신 테크노 시대이고 보면 컴퓨터는 매력 덩어리 중에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하나 우스운 것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의 회사들간의 치열한 시장 싸움으로 인해서, 무고한 건축과 출신들의 희생자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즉, 예를 들면 학교에서 Auto CAD14를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이 프로그램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학교에서 AutoCAD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적은 MINI CAD나, ARCHI-CAD등의 프로그램을 배웠다면 일자리 구하기가 그만큼 제한적이다 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캐드 프로그램을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혼자서라도 Auto CAD14를 알고 있어야 일자리 싸움에서 이길 수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 경우에는 학교에서 Form-Z라는 3D Modeling Program을 배웠지만 3D Studio MAX를 쓰고 있는 RTKL에 와 보니 Form-Z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내 능력을 발휘하려면, Form-Z를 사용하는 작은 회사를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현 건축 시장의 게임에서 3D MAX에 Form-Z가 눌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그만큼 중요하다. 시장 점유율이 적은 프로그램보다는 일반적으로 효용성이 높고 많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건축 설계 분야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시대와 예술에 대한 투철한 소명 의식(召命意識)을 가진 자들만이 건축을 해야 할 것이다. 배고파도 건축이 너무너무 좋고, 평생에 길이 남을 건물 딱 한 개만 설계해도 좋다면, 또 평생을 묵묵히 그늘에서 일하다가 생을 마칠 수도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졌거나, 그리고 돈보다도 인생을 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기를 원한다면 건축해야지. 내가 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미리 각오하고 유학을 준비하자. 건축가가 사회적인 명예는 있을지언정 경제적인 성취는 자연적으로 따를 수 없다. 돈을 벌고 싶거든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때려치워라.